캘리포니아가 불타고 있다. 초대형 산불이 2주째 확산하면서 생명을 위협하고 재산을 크게 앗아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로스앤젤레스 북서부, 북부, 서부와 샌디에이고 북동부 등 6곳에서 동시다발로 발화한 대형 산불은 지금까지 20만 에이커를 태웠다.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30% 이상 넓은 범위다. 건물 및 가옥 792채가 전소했고 2만 여채가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이 화마로 주민 21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1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캘리포니아 주에 급기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행히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화마의 재앙은 고비를 넘겼다.

매년 초대형 산불은 이제 캘리포니아에서 일상이 되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기후변화를 초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이다호대학과 콜롬비아 대학 연구진들에 따르면 1979년부터 시작된 미 서부 삼림지역의 건조화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근거를 두고 과학자들 간 논란은 여전하다. 하지만 북극과 남극지대 기온상승, 빙하 감소, 홍수, 가뭄 및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지구촌 현실이 되고 있다. 20세기 동안 북극지대 대기온도는 약 5℃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 상승폭보다 5배나 빠른 속도다.

가뭄 현상도 지구 온난화의 중대한 영향 가운데 하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아주 심각하다. 니제르, 차드와 세네갈 지역에서는 전체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40~60%나 줄어들었고 사하라 사막 남쪽의 초원 지대에는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방글라데시처럼 인구가 해변에 밀집돼 있는 나라에서는 바닷물 범람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20세기 동안에 해수면은 평균 10~20㎝ 높아졌다. 몰디브와 같은 작은 섬나라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은 수십억 인구가 사용하는 물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홍수로 인한 대규모 인구의 이주를 유발시킬 것이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촌 생태계의 순환에 교란이 생기거나 파괴된다면 그것은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생태계 파괴로 인해 여기저기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자연을 살리자고 말들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 말은 틀린 말이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자연이고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될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 세상이 온다 할지라도 자연은 스스로의 자정능력으로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기에 결국 비극의 주인공은 우리 인간인 셈이 된다.

남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이스터섬은 원래 울창한 삼림으로 덮여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나무 한 그루 찾아 보기 어려운 이 섬의 황량한 주변을 배경으로 쓸쓸하게 남아 서 있는 거대한 석상 모아이 속에서 인류문명의 종말이 실루엣처럼 비취는 것을 보며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학자 최재천은 애잔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주변 자연환경은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문명의 유물만 남긴 채 정작 그 문명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리 인간이 사라진 다음 이 지구의 환경 보전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자꾸 나 자신에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이 지구에서 절멸한 다음에도 삶의 철학적 의미가 존재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현대 산업사회의 목표는 경제적인 부, 풍요 및 성장이다. 생태 위기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과도한 소유와 향락에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두는 현대인들의 소비주의 가치관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일상생활은 기계화되어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상실케 한다. 시장 경제 사회가 부추기는 소비주의는 인간다
운 주체성과 의식을 구속하고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서구 정신사에서 소위 문명과 진보라고 일컫는 것들의 대부분이 다른 인간과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와 파괴 위에서 건설되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마야 문명이 그랬던 것처럼 고대 로마 문명 또한 지배계급의 향락과 사치성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생태계의 조화를 파괴한 결과, 야기된 식량부족과 군사력 약화라는 연쇄적 현상들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계시록 저자는 장차 로마 제국에 임할 하나님의 심판을 한 편의 장엄한 묵시적 드라마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대의 로마제국을 향해 격노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우리의 탐욕에 찌든 죄악으로 인하여 피조물을 신음케 하고 멸종시키고 있는 우리를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역사의 종말에 있을 하나님의 일곱 심판 시리즈를 기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둘째 천사가 그 대접을
바다에 쏟으매 바다가 곧 죽은 자의 피같이 되니 바다 가운데 모든 생물이 죽더라."(16:3)

자동판매기에서 하루치의 희망을 뽑아 마시듯,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지 않고 오늘을 끝장낼 기세로 탐욕을 소모하고 있다. 이 탐욕이 가져올 지구촌 곳곳의 기후변화는 화마와 수마가 되어 우리의 다음 세대를 심각하게 할퀼 것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공멸로 이어질 재앙을 주어서는 되겠는가?

이상명_21.jpg